적금(積金) 하나는 있어야지
- 대재 성주
- 2023년 11월 3일
- 3분 분량
보왕삼매론
시덕불구망보(施德不求望報)
덕을 베풀되 과보를 바라지말라.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아들 셋을 둔 대구에 한 노보살님이 자식 잘되는
일이라면 절에서 하는 모든 불사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불공을 들이시는데 넉넉한 살림살이는 아니었지만 타인에게 손벌리는 일이 없었고 자식들 또한 부모의 성정을 닮아 효자들이라 남부럽지 않은 집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하루는 막내아들이 엄마를 찾아와서는 돈을 좀 빌려달라 하드란다.
한번도 없던 일이라 의아하게 여긴 노보살님이 먼일이냐고 물었더니만 사연인즉 이 아들이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밑에 일하는 직원이 공금횡령을 해서 잠적을 했는데 거래처 결제할 어음날짜는 돌아오고 돈은 구할대가 없어서 엄마에게 왔다는거다.
아들의 급한 사연을 들은 노보살님은 아들에게 약간의 돈이 있었지만 내가 너희들 잘되라고 절에 공을 들이다 보니 지금은 가진게 없다라고 얘기를 했더니만 흥분한 아들이 어느 절에 어떤 스님에게 속아서 먼 공을 들였느냐고 불같이 화를 내며 엄마를 닥달 하더란다.
아무리 어루고 달래도 아들을 진정 시킬수가 없자 하는수 없이 어느 절에 어떤 스님이라고 얘기를 해줫드니만 엄마가 절에 쓴돈 다 받아 오겠다며 씩씩거리고 나가더란다.
그리고 일주일 후.
먼일을 낼것같이 하고 나갔던 아들이 엄마를 다시 찾아와서는 엄마 덕분에 내가 살았다며 눈물을 흘리며 화내고 성질 낸 일에 대해 용서를 비는데 몇일 사이에 뭔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만 아들 하는말이.
엄마 세상이 참 내맘 같지 않더라.
내가 사업 잘될때는 주변에 많던 사람들이 내가 어렵다하니까 저나도 안받고 돈 빌려달라 할까바 날 피하고 거래은행도 돈많이 넣어 노을땐 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하세요 하더니 내가 어렵다니깐 대출받는 서류가 뭐가 그리많고 복잡한지.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엄마 찾아갔는데 엄마가 스님에게 속아 돈을 다 날렸다 생각하니 화가 나고 참을수가 없어서 다음날 그 절에 가서는 스님에게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내며 우리 엄마돈 내놓으시라고 강짜를 부리는데 스님이 노보살님 올려 놓으신 기도가 있는데 일주일 있음 끝이나니 그 날 오시면 다드릴께요 하더란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직도 덜풀린 화를 삭이며 집앞 포장마차에서 씩씩거리며 술을 마시고 있는데 앞에 앉은 어떤 또래의 남자가 힐끔힐끔 거리며 자기를 자꾸 처다보길래 안그래도 부도나는 이 상황이 억울하고 분해 죽겠는데 저것도 나를 보고 무시한다 시퍼서 "야이~이~양반아~사람처음 보나?멀 자꾸 힐끔거리노?니 내 아나?" 하고는 시비를 거는데 그 상대가 머뭇거리며 다가오더니 혹시 누구누구 아니시냐고 묻더란다.
그래 내가 맞기는 맞는데 당신은 누구냐고 물었더니만
초등학교 6학년때 짝지였는데 자기 모르겠냐며 너무 너무 반가워 하더란다.
그렇게 합석을 해서 어린시절 얘기하며 술잔을 기울이다 부도나는 상황까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친구가 아는 은행 지점장이 있다며 낼 한번 찾아가
보라고 명함을 주더란다.
다음날 아침.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그 은행을 찾아 갔더니 창구 직원이 너무나 정중하게 환대를 하며 지점장실로 안내를 해 주는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단다.
그리고 잠시 후 점심식사 하러 나갔던 지점장이 들어왔는데 바로 어제 포장마차에서 만났던 어린시절 짝꿍이었던거라.
사연인 즉.
이 짝꿍 친구가 점심시간만 되면 안보이길래 어느날 하루는 찾아봤더니 수돗가에 앉아 수돗물로 물배를 채우고 있는데 알고보니 고아원에 살면서 학교를 다니다보니 도시락을 싸올 형편이 되지않아 배를 곪는 날이 많았었는데 이 아들이 짝꿍친구를 위해 엄마에게 부탁을 해서 졸업할때까지 1년내내 친구 도시락을 싸주었던거라.
이 짝꿍친구는 이 신세를 잊을수가 없어서 훗날 성공하면 반드시 이 은혜를 갚으리라 맹세하고는 열심히 공부해서 은행 지점장이 되었는데 아무리 이 친구를 찾으려고 수소문을 했지만 그동안 찾지를 못하다가 어제 포장마차에서 만났던거란다.
짝꿍친구 하는말이.
너는 그냥 내가 불쌍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 도시락이 세상에서 처음 느껴본 정이었는데 내가 어떻게 너와 어머니를 잊을수가 있었겠냐며 이제서야 도시락 값을 할수있게 되어 기쁘다며 부도매울 어음값을 본인이 보증을 서서 해주드란다.
공덕(功德)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과보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것.
좋은일을 기대하고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맘이 이끄는대로 나누는것.
덕을 베푼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받은 사람은 잊지 못하는것.
그것이 바로 참공덕이다.
어린시절 내가 뿌린 씨앗이.
내 자식을 위해 베푼 선행이.
내가 가장 위급할때.
내 자식이 가장 힘들때.
나를 위해/내 가족을 위해 다시 돌아오는것
그것이 바로 공덕이자 가피(加被)일 것이다.
많은 불자들이 불보살의 인연으로 복 을받길 원한다.
그러나 불교는 기복(祈福)신앙이 아니다.
부처님이 복을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짓고 내가 받는것.
내가 넣고 내가 타는 적금과 같은 것이다.
한푼 두푼 달달이 넣은 돈이 만기가 되면
훗날 몫돈이 되듯이 내가 조건없이 짓고 베푼 작은 선행 하나가 쌓이고 쌓여 시절 인연이 다을때 이자까지 붙어 타먹는것 그게 바로 공덕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적금을 들고 계시는지 궁금하다.